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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logy/Psychology (심리학)

리플리 증후군 정신과에 없는 말

by D:L 2021.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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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증후군
리플리 증후군

 

리플리 증후군이란 스스로 만든 허구를 현실이라고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그들은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속하며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도덕적 규범을 무시합니다. 거짓말이나 꾸며낸 행동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범죄도 태연하게 저지를 정도인데 분명한 것은 리플리 증후군과 허언증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일반 사람들에게는 '리플리 증후군'보다 '허언증'이라는 말이 더 익숙할 것 같습니다. 두  용어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분도 많은데 리플리 증후군과 허언증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리플리 증후군은 DSM에 등제된 진단명이 아니며 실제 정신과에서 쓰이지도 않습니다. 정신 건강 진단에서 사용되는 병명은 '허언증' 또는 '공상 허언증' 뿐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사이버 리플리 증후군
공상허언증

 

리플리 증후군은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주인공 리플리는 돈이 많은 친구를 살해한 뒤 신분을 훔쳐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데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거짓말을 늘어놓습니다. 결국 덜미를 잡히지만 중요한 것은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뜻한다는 것입니다. 정의 또한 소설 설정을 그대로 차용하였습니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리플리는 살해한 친구와 자신을 동일시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친구처럼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정체성까지 잃어버리지는 않습니다.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며 오롯이 부를 누리고자 신분을 사칭하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반사회성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문인 것은 왜 구태여 가상의 인물 이름 뒤에 '신드롬(증후군)'을 붙여 진단명처럼 만들었냐는 것입니다.

 

허언증
사이버 리플리 증후군

 

추측해 보건대 병적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나누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허언증은 리플리 증후군의 정의와 달리 연극성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근거로 연극성이 강하면 허언증, 반사회성이 짙으면 리플리 증후군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르게는 병증의 정도에 따라 구분 짓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경미하면 허언증, 망상에 이르는 중증일 경우 리플리 증후군으로 부르나 싶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으로 리플리 증후군이 정신과 연구 대상이 된 것은 1970년 대입니다. 그때부터 두 번의 개정이 있었음에도 아직 DSM 추가되지 않은 걸 보면 신빙성 있는 추측은 못 됩니다.

 

공상허언증
허언증

 

대부분 허언증 환자는 남을 위한 거짓말을 많이 합니다. 신분을 사칭하거나, 학력을 위조하거나, 유명인과 동일시하는 등의 행위 뒤에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무수한 눈이 있습니다. 감기지 않는 눈들이 허언증 환자들의 진짜 목적이며 허구에 갇히는 원인입니다.

 

일반적으로 허언증 환자들은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싶고, 인정받고자 무수한 거짓말을 만들어 냅니다. 중증일 경우 리플리 증후군처럼 거짓말을 맹신하고 진실로 여기며 타인과 동일시되기도 합니다. 중증 허언증일 경우에는 누군가 허구를 지적하면 크게 싸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안정하게 쌓아놓은 모래성이 무너질 경우 감당하지 못하리라는 걸 무의식이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가상 세계가 깨지면서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에 놓이는 것입니다.

 

실제 많은 허언증 환자 중 말기에 이르면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전전긍긍하기보다 믿었던 세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충격에 더 힘들어합니다. 그들에게만큼은 허구가 진실이자 살아가는 세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자각을 가진 채 거짓말을 하고 늘 불안해합니다. 혼자서는 끊을 수 없어서 제 발로 병원을 찾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그런 반면 거짓말의 빈도가 높아지고 점차 거시적인 관점으로 확대될 경우에는 허언증을 넘어 망상 장애로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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