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특성에 맞춰 개발 된 심리 검사 ㅣ WPI-성격유형 탐색

WPI-성격유형 탐색

 

지금까지 성격 검사, 심리 검사라고 하면 99%가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었습니다. 현재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MBTI부터 MMPI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만들어진 심리 검사가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검사 자체를 부정하려는 의도도 없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서양 문화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검사인만큼 동양인에게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오래전부터 성격 검사를 둘러싸고 국내 정서와 다른 점들이 많다는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공감하는 부분이었으나 심리 검사를 새로 만든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로맨티스트

 

그러던 와중 황상민 교수님이 한국인에게 특화된 심리 검사 개발에 성공하는데 바로 WPI-성격유형 탐색입니다. WPI 성격 검사는 한국인이 개발했다는 점도 크지만 성격 유형들을 국내 특성에 맞추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WPI 성격 검사를 해보신 분들은 완벽에 가까운 정확도와 뼈를 때리는 조언이 압권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을 합니다. 자그마치 십 년을 공들여 탄생한 성격 검사이니 정확하지 않은 쪽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 합니다.

 

황상민 교수님은 WPI 성격 검사를 통해 한국인의 유형을 총 다섯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리얼리스트(Realist), 로맨티스트(Romantist), 휴머니스트(Humanist), 아이디얼리스트(Idealist), 에이전트(Agent)가 WPI 성격 검사에서 말하는 한국인의 유형입니다. MMPI나 MBTI보다는 상당히 간소화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유형을 이 다섯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황상민 교수님의 주장입니다.

 

휴머니스트

 

첫 번째로 리얼리스트(Realist)는 상당히 현실적입니다. WPI 성격 검사에서 정하는 유형 중 리얼리스트만큼 현실에 적응하고자 노력하는 부류는 없습니다. 그들은 늘 주어진 상황 및 주변 사람에게 맞추고자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동시에 권력에 순응하며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리얼리스트들은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업무적인 관점에서 사고하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더욱 중시하기도 합니다. 존재감 찾으려면 타인의 인정이 필수 불가결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로맨티스트(Romantist)는 상당히 예민한 축에 속하는 유형입니다. WPI 성격 검사에서 이들 만큼 가시가 선 유형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로맨티스트들이 신경과민이나 히스테리를 부린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남들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탓에 사소한 것까지 감성적으로 받아들일 뿐입니다. 로맨티스트들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또 본인이 공감받을 때 존재감을 느끼며 행복해합니다. 그 탓에 익숙하지 않거나 낯선 사람과 있을 때면 수줍어하거나 불안해할 때도 있습니다.

 

리얼리스트

 

세 번째로 휴머니스트(Humanist)는 상당히 외형적인 성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WPI 성격 검사 중에서 가장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유형이기도 합니다. 휴머니스트들은 기본적으로 강한 긍정 에너지를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을 이롭게 바라보고 비관적이기보다는 희망을 찾는 성격입니다. 휴머니스트들은 위계 또는 규범을 몹시 준수하여 단체에서 리더 및 지도자 역할을 맡는다면 누구보다 일취월장합니다. 타고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각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단단하게 결속될 수 있도록 이끄는 이들이 바로 휴머니스트입니다.

 

네 번째로 아이디얼리스트(Idealist)는 쉽게 말해 예술가 기질을 지닌 이들을 뜻합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상상력이 뛰어나며 창의적인 일에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디얼리스트들은 고유 취향과 세계관을 몹시 중요하게 여깁니다. WPI 성격 검사 중 이들 만큼 독보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이들도 없습니다.

 

아이디얼리스트들은 고립되거나 억압받지 않는 개방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며 머릿속 상상이나 이상을 실현시킬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들은 불확실했던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구현화되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낍니다. 아이디얼리스트들이 보여주는 창의성은 독보적이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사고방식 및 4차원적인 성격 탓에 단체 생활과는 맞지 않습니다. 그에 따라 대인관계 또한 원활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얼리스트

 

마지막으로 에이전트는 커리어를 통해서 자아실현 욕구를 채우는 부류입니다. 쉽게 말해 WPI 성격 유형 중 가장 지독한 일벌레들이라는 뜻입니다. 에이전트들은 담당하고 있던 프로젝트나 업무가 성과를 내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을 때 성취감 및 행복을 느낍니다. 맡은 바를 실수 없이 완벽하게 처리하고자 늘 노력하며 언제나 수준 높은 결과를 지향하기 때문에 고용주들 만족도도 상당히 놓습니다.

 

다만 기계적으로 대응하거나 사고하는 경향이 있어서 감정이 오가야 하는 상황이나 눈치 싸움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취약할 수 있습니다.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움직이는 타입이며 그런 만큼 업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에이전트

 

여기까지 WPI 성격 검사에서 분류하는 다섯 가지 유형을 알아보았습니다. 황상민 교수는 관련 서적을 끊임없이 출간하며 WPI 성격 검사가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 중에 있습니다. 《나란 인간》에서는 각 유형의 상담 사례를 모아 놓았고 《황상민의 성격 상담소》는 각 권 별로 다섯 가지 유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 도서 모두 WPI 성격 검사를 알아보기에는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너무 맹신하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황상민 교수는 WPI 성격 검사 결과를 근거로 내담자를 상담할 때 검사지를 다소 맹신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좋은 상담사는 어떤 심리 검사가 되었든 참고 자료 이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물론 유명하신 분이고 전문가이신 만큼 저보다 많이 배우셨을 테지만 적어도 책만 본다면 WPI 성격 검사를 너무 들이미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냥 개인적인 감상일 수 있으니 깊게 받아들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