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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logy/Character (심리분석)

케빈에 대하여 ㅣ 케빈은 사이코패스인가

by D:L 2021.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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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케빈에 대하여

 

꽤 오래전에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두고 심리학과 학생들과 토론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제는 '케빈은 사이코패스인가'였습니다. 당시 의견은 6:4 정도로 나뉘었는데 케빈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쪽이 좀 더 많았습니다. 저 또한 의견이 같았습니다. 영화를 꽤 집중하여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케빈은 사이코패스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표현이 과연 옳은지 모르겠으나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 케빈은 사이코패스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불쌍한 아이였습니다. 모든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축복받아야 마땅한데 케빈은 당연한 관심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케빈에 대하여>에 등장하는 케빈이 왜 사이코패스처럼 보이는지 이해하려면 에바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보면 케빈이 사이코패스처럼 보이는 대부분의 원인이 에바에게 있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케빈에 대하여 줄거리
케빈에 대하여 줄거리

 

<케빈에 대하여>에서 에바는 케빈의 엄마로 등장합니다. 상당히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에바는 한 곳에 정착하여 안정적인 삶을 살기보다 마음이 가는 대로 이동하면서 사는 한량에 가까운 타입이었습니다. 토마토 축제에서 만난 낯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낼 만큼 개방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이기도 합니다.

 

가벼운 만남으로 끝났어야 할 관계는 에바가 임신을 하면서부터 달라지게 됩니다. 원한 적 없던 임신이었던 것입니다. <케빈에 대하여>는 에바가 임신에 얼마나 회의적인지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절제된 연출과 최소한의 장치만으로 임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산모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살려냈습니다. 동시에 이때부터 케빈이 사이코패스처럼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보입니다.

 

케빈에 대하여 해석
케빈에 대하여 해석

 

<케빈에 대하여>를 보면 에바는 케빈을 사랑으로 품기보다 장애물, 짐으로 여기는 기색이 강합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너만 생기지 않았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 망하지는 않았어.'라는 뉘앙스도 상당히 강하게 풍깁니다. <케빈에 대하여>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잘 살펴보면 에바가 얼마나 우울해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케빈에 대하여>를 보면 태교 교실에서 부풀어 오른 배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다른 산모들을 보며 불편해하고 한숨을 내쉬는 에바가 나옵니다. 그녀는 결국 급하게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케빈은 태중에서부터 어미에게 거부당하던 것입니다. 그것만으로 케빈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태아 시절을 빼놓을 수도 없습니다. 사실 사이코패스 기질은  어머니 쪽 영향이 크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케빈에 대하여 결말
케빈에 대하여 결말

 

심리학에서는 산모의 심리 및 정서가 태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이는 성격과 자아를 형성 함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합니다. 에바의 임부 심리를 근거로 보았을 때 케빈의 비뚤어진 사고방식 및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은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되레 사이코패스적인 설정은에 개연성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에바는 출산한 이후에도 케빈을 쳐다보지 않습니다. 남편인 프랭클린이 케빈을 안고 기뻐하는데도 에바는 병실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을 뿐입니다. 이후 <케빈에 대하여>를 보면 에바가 우는 케빈을 달래는 장면이 나오는데 최대한 신체 접촉을 줄이며 스트레스로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합니다. 양육 방식만 놓고 본다면 에바야 말로 사이코패스 부합하지 않나 싶습니다. 

 

케빈에 대하여 실화
케빈에 대하여 실화

 

이처럼 <케빈에 대하여>는 에바의 이질적인 애정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데 산책 장면이 화룡점정입니다. 유모차에 케빈을 태운 에바는 우연히 공사장 현장을 발견하는데 인부 바로 앞에 멈춘 뒤 살 것 같다는 얼굴을 합니다. 드릴 소리가 케빈의 울음을 가려주어서입니다. 충분히 사이코패스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까?

 

이런 환경에서 자란 케빈이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유아기에 접어든 케빈은 바에게만 못 되게 구는데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내고자 하는 처절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말썽을 부리고 문제를 일으켜야만 자신을 돌아봐 준다고 믿는 것입니다. 심지어 스스로 팔을 부러트리기도 하니 정말로 사이코패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케빈은 프랭클린에게는 평범하게 대합니다. 애착 대상이 아니기에 관심받아봐야 쓸모가 없어서입니다. <케빈에 대하여>에서 케빈은 에바의 관심을 독점하고자 늘 불안해하고 그 결과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에바의 개인 공간을 엉망으로 만들고, 크레파스를 분지르고, 나중에는 동생이 키우는 햄스터를 죽이고, 그녀의 눈까지 못 쓰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때마다 에바는 힘들어하고 케빈을 의심합니다. 이때 케빈은 쏟아지는 모든 감정을 애정이라고 인식합니다.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

 

<케빈에 대하여> 마지막에서 케빈은 진짜 사이코패스처럼 아버지와 여동생을 죽이고 학교 학생들까지 살인하려 합니다. 주목할 것은 마지막까지 에바만큼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케빈이 사이코패스처럼 학살을 마음먹은 계기는 부모의 이혼이었습니다. 정말로 버려질 위기에 놓인 케빈은 에바에게 잊을 수 없는 자극을 주어야 살아남는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사이코패스를 빙자한 학살은 애정결핍을 앓아온 아이가 어미의 관심을 독점하고자 벌인 쇼 또는 마지막 발악이었던 것입니다.

 

케빈은 살인 도구로 활을 선택하는데 평소 양궁에 취미가 있기도 했지만 이 또한 에바와 연관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 몸이 아팠던 케빈은 에바를 찾았고 이때 그녀가 읽어주는 로빈후드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케빈이 보여주는 모든 행동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에바의 관심을 끌고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영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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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마지막 장면은 가슴이 아팠습니다. 에바는 몇 년이 흘러서야 교도소에 수감된 케빈을 보며 왜 그랬냐고 뒤늦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에 케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라고 답변을 합니다. 그토록 원하던 애정은 마지막까지 받을 수 없었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지만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는 모습이 저는 눈에 밟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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